안녕하세요 경공자입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트렌드코리아 2025'의 두번째 주제, Nothing Out of the Ordinary: Very Ordinary Day(아주 보통의 하루)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책을 읽고 작성하다보니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시면 감사합니다:)
아주 보통의 하루, 줄여서 '#아보하'는 '너무 행복하지도 너무 불행하지도 않은 일상', 그저 '무난하고 무탈하고 안온한 삶'을 가치 있게 여기는 태도입니다.
최근 우리 주변을 보면 우리의 일상 자체를 찍어 SNS에 올리는 모습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SNS가 발달함으로써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이 쉬워진 선순환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지만, 조금 더 들어가보면 누구나 내 일상을 볼 수 있기에 그 중에 가장 좋은 면만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보여집니다. 마치 나에게는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부러워 할만한 일이나 나는 운 좋게, 쉽게 달성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달성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는 일들을 SNS에 올리면 엄청난 조회수나 많은 '좋아요'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의미하는 소확행은 일상 속 손에 잡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한다는 의미로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받으며 대한민국에서 누구나 아는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마케팅 용어로 자리잡으며 '약간 비싸지만 지불 가능한 가격대의 제품이나 서비스', '스몰 럭셔리'의 또 다른 표현이 되었습니다. 마치 "나에게는 이정도는 사소해"라고 표한하며 자기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남에게 보여지는 행복을 추구하게 변하며 "어떻게 하면 남들에게 더 행복해보일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삶에서 지친 사람들은 이제 나의 행복을 남들로부터 평가받기도 싫고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행복하고자 애를 쓰는것도 싫어지게 되며, 점차 '무탈하고 안온한 하루', '특별한 일 없이 그저 그런 하루'를 원하는 트렌드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보면 '아무 일 없이 그저 그런 하루'를 보내는 것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묻지마 폭행, 재난사고 등이 다양하게 벌어지기에 누구한테 어떤 일이 생길지 예측할 수 없는 사건·사고들이 즐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삶 속에서 아무 일 없이 그저 안온한 하루를 보내는 것은 감사한 일입니다.
특별한 순간이 아닌, 평범한 일상
#아보하는 무탈하고 안온한 일상을 뜻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의 줄임말이기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일상입니다. 최근 2년간 '무탈·평범 ·보통'의 온라인 언급량이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함께 언급된 연관어는 '가족 ·부모님 ·아이 ·남편' 등의 가족구성원, ' 고기 ·밥'같은 평범한 식사,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일상 활동 등이 있습니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아기와 통화하는 음성만 녹음된 영상이나 부부가 나누는 시시콜콜한 대화 등의 인기가 많아진 것을 보면 특별한 순간이 아닌 평범한 일상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남에게 과시하지 않고 나에게 집중
한국에서의 소비 문화 중 가장 특징적인 것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쓴다는 점입니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을 신경쓰기에 이왕 사는거 더 좋은 브랜드 물품을 선택하고, 명품을 선호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소비에서도 #아보하가 적용되는 사례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남들에게 보여지는걸 의식하는 소비가 아닌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소비, 내면을 가꾸는 소비 등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정보다 긍정
평범한 사루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각도 긍정적으로 바라봅니다. 최근 '아이브'의 장원영씨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대답하며 시작된 '원영적 사고'가 그 예입니다. '원영적 사고'는 어렵거나 불행하다고 생각되는 상황을 '오히려 좋아'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초월적 긍정적 사고입니다. 이는 장원영씨가 여행을 가서 빵집에 들어갔지만 바로 앞에서 빵이 'Sold out'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말한 말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요. 다른 사람들은 바로 앞에서 빵이 품절되면 살 수 없다는 생각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지만 장원영씨는 "바로 앞에서 Sold out이 되었으면 내가 새로운 빵을 첫 번째로 받을 수 있는거잖아? 완전 럭키비키잖앙?"이라고 얘기했던 일화를 팬들에게 소개하며 팬들 사이에서부터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아무것도 아닌 일이나 다른 시각으로 보면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행복 아니고 행운
행복의 행(幸)은 '우연히 일어나는 일'을 뜻한다고 합니다. 누구에게나 뜻밖에 즐거운 일이 생기는 행운으 있습니다. 계획하고 성취함으로써 얻는 행복에 지친 사람들은 평안한 일상 속에서 생기는 작은 행운에 기뻐하며 하루를 사는 동력으로 삼기도 합니다.
#아보하는 논쟁이 일어날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꿈을 가지고 살아가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으로 성장하는 것이며, 고통이 지난 뒤에 행복이 온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아보하는 최근 대한민국이 경기가 안좋은 것을 넘어 저성장 국가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의 좌절이 반영된 단어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주 보통의 하루는 치열한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 그러한 현실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너무 행복하지도 너무 불행하지도 않은 일상, 그저 무난하고 무탈하고 안온한 삶을 추구하는 단어이지만 이는 미래가 아닌 현실에 안주하라는 메시지는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무엇이든지 열심히 사는 삶만이 가치 있는 삶이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너무 치열한 삶보다는 현재의 안온한 삶을 가치 있는 삶이 될 수 있으며, 삶을 살다보면 그 둘이 뒤바뀔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아보하를 추구하는 것은 우리가 다시 열심히 달려가기 위해서 잠시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다독여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