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부터 말씀드리면, HD현대중공업 노조가 9월 18일 올해 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전면파업으로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노사가 갈라선 지점은 인상 '금액'보다 고정급이냐 변동급이냐는 '지급 방식'입니다. 여기에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으로 하청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는 두 번째 테이블까지 열려 있어, 올해 협상은 예년보다 셈법이 훨씬 복잡합니다.

21번 만나고도 '지급 방식'에서 멈췄습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9월 18일 2026년 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했습니다. 6월 2일 상견례 이후 본교섭만 21차례 열었고 대표자 교섭과 실무협의까지 거쳤지만, 목표로 삼았던 추석 전 타결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다음 교섭 날짜도 잡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노조는 지금까지 11일 전 조합원 4시간, 18일 7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했고, 앞으로는 생산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전면 투쟁으로 넘어가겠다는 계획입니다. 절차상 준비는 이미 끝났습니다. 8월 24일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를 결정했고, 8월 25~27일 찬반투표에서 투표자 5,607명 중 5,379명(95.93%)이 파업에 찬성했습니다.
양측 안을 나란히 놓으면 이렇습니다.
| 구분 | 노조요구 | 사측 제시 |
| 기본급 | 14만 9,600원 인상 (호봉승급분 별도) | 11만 원 인상 (호봉승급분 4만 7,000원 포함) |
| 상여·일시금 | 상여금 100% 인상 | 격려금 1,000만 원 + 기본급 200%, 상품권 50만 원 |
| 성과 배분 | 영업이익 최소 30% 공유 | 격려금 등 변동급으로 보상하는 방침 |
기본급만 보면 차이가 3만 9,600원으로 작아 보입니다. 하지만 사측 안에는 매년 자동으로 오르는 호봉승급분이 포함돼 있고 노조 안은 이를 뺀 숫자입니다. 기준을 맞춰 호봉승급분을 제외하고 계산해 보면 사측의 순수 인상분은 6만 3,000원으로, 노조 요구액과 8만 6,600원 차이가 납니다. 겉보기 격차의 두 배가 넘습니다.

참고: [HD현대중공업 2026년 임단협 임금 인상폭 이견 못좁히고 교섭 결렬]
HD현대중공업 2026년 임단협 임금 인상폭 이견 못좁히고 교섭 결렬 : 노조 "전면 파업도 불사하겠
HD현대중공업 노사가 추석 명절 전 2026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마무리에 사실상 실패했다. 양측이 임금 인상 방식을 놓고 여전히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노조는 2년 연속 전면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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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 영업이익 1조 원이 협상의 눈높이를 바꿨습니다
노조가 고정급과 성과 배분을 강하게 요구하는 배경에는 실적이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 매출 6조 3,322억 원, 영업이익 1조 399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은 건 처음이고, 영업이익률은 16.4%까지 올라갔습니다. 1~7월 누적 수주도 159억 7,3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88.83% 늘었습니다.
다만 전년 대비 증가율(매출 52.7%, 영업이익 120.6%)은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고 봅니다. HD현대중공업은 2025년 12월 HD현대미포를 흡수합병했기 때문에, 비교 시점에 따라 합병 효과가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보도에서 합병 전 수치를 어떻게 맞췄는지는 확인하지 못해, 증가율은 참고치로만 두겠습니다.
노조의 계산은 단순합니다. 노조가 추산한 올해 영업이익 3조 6,280억 원에 30%를 적용하면 성과공유 재원은 약 1조 884억 원입니다. 처음으로 1조 원을 넘긴 2분기 영업이익 하나를 통째로 넘는 규모입니다. 노조는 격려금처럼 한 번 주고 끝나는 돈이 아니라, 불황이 와도 남는 임금체계를 원한다는 입장입니다.

참고: ['분기 영업익 1조' HD현대重, 성과배분 놓고 파업 갈림길]
'분기 영업익 1조' HD현대重, 성과배분 놓고 파업 갈림길
역대급 조선업 호황을 맞은 HD현대중공업이 성과 배분을 둘러싼 노사 갈등으로 파업 갈림길에 섰다. 2분기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노조가 실적에 걸맞은 성과 공유를 요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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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급이 답이라는 주장에는 반론도 있습니다
사측이 변동급을 고집하는 데도 이유가 있다는 반론이 있습니다. 조선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고, 노조 스스로도 10여 년 불황을 거쳐 왔다고 말합니다. 기본급은 한 번 올리면 내리기 어렵고 상여금·수당 산정에도 연동되기 때문에, 업황이 꺾이면 고정비 부담으로 되돌아옵니다. 호황의 과실은 호황기에 일시금으로 나누자는 게 사측 논리입니다.
사측 제시안의 규모 자체도 작지 않습니다. 격려금 1,000만 원에 기본급의 200%가 더해지는 구조라, 1인당 일시 보상만 1,000만 원을 훌쩍 넘습니다. 반대로 노조는 일시금이 다음 해 협상의 출발점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 삼습니다. 어느 쪽이 옳다기보다, 같은 호황을 두고 '지속되는 보상'과 '되돌릴 수 있는 보상' 중 무엇을 택하느냐의 차이입니다.
생산 영향에 대한 시각도 갈립니다. 조선소는 컨베이어 라인이 아니어서 일부 조직의 부분파업만으로는 전체 공정이 멈추지 않는다는 설명이 있는 반면,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파업이 길어지면 수년 치 일감을 안고 있는 만큼 납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올해 부분파업으로 HD현대중공업은 2023년 이후 4년 연속 파업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참고: [HD현대重 노조 파업 수순…조선업 '생산 차질' 변수 부상]
HD현대重 노조 파업 수순…조선업 ‘생산 차질’ 변수 부상
수년치 일감을 확보하며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조선업계에 노사 갈등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파업 수순에 돌입한 가운데 한화오션에서도 임금 및 단체협약과 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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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변수는 노란봉투법이 연 두 번째 테이블입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으로, 2025년 9월 개정돼 2026년 3월 10일부터 시행됐습니다.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어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으면 사용자로 보고,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경영상 결정도 노동쟁의 대상에 넣었으며, 쟁의행위 손해배상은 참여자별로 책임을 따지도록 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이 법의 상징 같은 현장입니다. 사내하청지회는 2016년 원청에 교섭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2017년 1월 소송을 냈고, 올해 5월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8대 4로 원청의 교섭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는 개정 전 법이 적용된 사건이고, 대법원은 개정법 사건은 별도로 판단할 여지를 남겼습니다.
실제 현장은 이미 개정법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3월 13일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했는데, 노조가 명시한 업체 중 7개사를 기준으로 하되 '계약 외 사용자' 지위가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교섭하겠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이후 조합원 수 확인 문제 등으로 일정이 잡히지 않았고, 하청노조는 7월 말 실제 교섭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8월 중 쟁의조정 신청을 예고했습니다. 실제 신청 여부와 결과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하청노조는 임금 대폭 인상과 원청과 같은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게 리스크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원청 노사가 어떤 형식으로 타결하든 그 결과가 하청 테이블의 비교 기준이 됩니다. 둘째,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된 상태에서 하청이 파업하면 다른 하청 인력을 대신 투입하는 방식이 법적으로 막힌다는 법조계 설명이 나옵니다. 하청 비중이 높은 조선업에서는 부담이 큽니다.
업계 전체로 보면 한화오션 하청노조가 가장 먼저 원청 상대 파업권을 얻었고, 포스코 하청노조도 7월 파업권을 확보했습니다. 법무법인 태평양 집계로는 1,168여 개 하청노조가 441개 원청에 교섭을 요구한 상태입니다. 물론 반대편 시각도 있습니다. 울산 지역 언론은 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의 조직률이 1%대에 그쳐 대표성에 한계가 있다고 짚었고, 학계에서는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 모호해 분쟁만 늘릴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참고할 만한 선례도 하나 생겼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8월 31일 현대차 사건에서 생산·구내식당·보안 분야 하청에 대해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되, 교섭 의제는 산업안전 관련으로 한정한 초심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사용자성이 인정되더라도 임금·성과급까지 원청 테이블에 오르는 건 별개 문제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참고: [대법 "HD현대重, 하청노조 교섭 의무 없다"…노란봉투법 판단은 남겨]
대법 “HD현대重, 하청노조 교섭 의무 없다”…노란봉투법 판단은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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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D현대重 하청노조 파업권 추진…현대차, 사용자 판단 중노위로]
HD현대重 하청노조 파업권 추진…현대차, 사용자 판단 중노위로 [H-EXCLUSIVE]
사용자 범위 및 노동쟁의 대상 확대를 골자로 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지난 3월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이의 영향으로 올해 역대급 하투(夏鬪)가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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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중노위 "현대차, 대리점 영업사원과 교섭할 의무 없어"]
중노위 "현대차, 대리점 영업사원과 교섭할 의무 없어"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하청노조와 교섭해야 하는 범위를 둘러싼 중앙노동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현대차 생산과 구내식당·보안 분야에 대해 산업안전 관련 교섭 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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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노란봉투법' 시행 첫발 뗀 현대중공업, 원·하청 교섭 문 열리나]
‘노란봉투법’ 시행 첫발 뗀 현대중공업, 원·하청 교섭 문 열리나
현대중공업 사측 ‘교섭 요구 사실’ 공고… ′진짜 사장′ 책임 인정하는 역사적 전환점하청노조 1%대 조직률 대표성 한계, 원청노조와의 역학관계 등 넘어야 할 난제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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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챙겨봐야 할 일정
- 추석 연휴 이후 — 원청 노사 차기 교섭 재개 여부와 전면파업 실제 돌입 여부 (현재 일정 미정)
- 하청노조 쟁의조정 결과 — 조정 중지가 나오면 원청을 상대로 한 합법 파업권 확보
- HD현대중공업 하청 교섭 의제 범위 — 현대차 사례처럼 산업안전 등으로 좁혀질지, 임금·성과급까지 포함될지
- HD현대중공업 3분기 실적 발표 — 부분·전면파업 영향이 수치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발표일은 공시로 확인)
- 개정법 적용 사건의 첫 대법원 판단 — 시점 미정, 원청 교섭 의무의 최종 기준
그래서 지금 뭘 점검해야 할까요
- 전면파업이 실제로 며칠 이어지는지, 작년(전면파업 4차례)과 비교해 보기
- 타결안의 형식이 기본급 중심인지 격려금 중심인지 확인하기
-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파업권을 얻는지 지켜보기
-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공정 지연·일회성 비용 언급이 있는지 보기
- 조선·자동차·철강에서 나오는 노동위원회·법원의 사용자성 판단 흐름 따라가기

마치며
이번 기사를 읽으며 제 눈에 걸린 건 금액이 아니라 '형식'이었습니다. 사측이 기본급 대신 격려금을 고집하는 이유를 흔히 비용 경직성으로 설명하는데, 노란봉투법 시대에는 한 가지가 더 붙는 것 같습니다. 원청 정규직에게 어떤 방식으로 성과를 나눴는지가 곧 하청노조가 들고 올 비교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건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제 추정이지만, 원청 테이블의 결론이 이제 두 테이블의 가격표가 된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공교롭게도 작년 HD현대중공업 노사가 임금교섭을 마무리한 날이 9월 19일이었습니다. 올해는 그 날짜를 교섭 없이 넘기게 됐습니다. 저는 앞으로 타결 소식이 나오면 금액보다 격려금과 기본급의 비율부터 확인해 볼 생각입니다. 그 비율이 하청 테이블의 출발선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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